Sunday, October 15, 2017

공주 원도심

어제 부여에 가기 전에는 공주의 원도심 재개발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다. 부여의 G340 카페를 들르고 나서 그 주인장인 한복 디자이너 김영석씨가 공주 원도심의 여관 건물을 사서 정중동이라는 게스트하우스를 열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김영석씨는 600평짜리 구 양조장 건물도 사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고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가로수길, 경리단길, 문래동, 황리단길에서와 같이 젠트리피케이션의 파도는 전국의 그럴싸한 원도심을 누비고 있지만, 충청도만은 유독 그 바람에서 벗어나 있는 것 같았다. 대전에서도 오래 살았지만 공주 원도심이 달라지고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부여는 말할 것도 없고. 세종시가 생기고 나서 공주는 세종시에 인구를 빨리고 있고, 부여는 지속적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곳이니 원도심이 활발해질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오늘 가보니 공주의 원도심은 의외로 활발하다. 활발해지기 시작했다고 해야 하나? '의료원삼거리'에서 감영길로 들어서는 초입에는 문광사학생백화점이라는 지금은 쓰이지 않는 건물이 서있다. 아마 누군가가 매입해서 재개발하려고 하지 않을까 싶다. 아래 사진 왼쪽에 보이는 깔끔한 벽이 김영석씨가 만든 정중동 게스트하우스이다.


시에서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의료원삼거리에 있던 건물들을 치우고 공터를 만들어 거기를 '원도심 활력거점 조성사업'을 한다고 한다. 무엇이 들어설지 궁금하다. 감영길이나 제민천이 아직은 볼거리나 즐길거리가 많지 않고, 길이 길지 않기 때문에 원도심 재생사업의 성패는 공주 원도심 특유의 어트랙션을 만드는 것과 원도심 구역을 확장하는 데에 있어 보인다. 지금처럼 인구가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공주가 부여와 더불어 백제문화유적지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바람을 등에 업고 뭔가가 이뤄졌으면 싶다.

감영길에는 흔한 상점들도 있지만, 다른 거리에서 볼 수 없는 가게들도 있다. 일요일에 문을 안 여는 가게들이 많아서 들어가보지는 못했지만. 다음에는 토요일에 한 번 가봐야할 듯 싶다.

감영길과 제민천변에는 한옥 스타일로 새로 지은 건물들이 몇 개 있다. 공주의 특성상 한옥마을로 조성해도 괜찮을 듯 한데, 그러면 전주나 경주와 차별점이 없어지는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 짓는 건물들을 한옥으로 짓는 시도는 괜찮아 보인다.

BACH라는 카페는 한옥으로 가기보다는 있던 건물을 조금 수리해서 쓰는 방법을 택했다. 그것도 나름 괜찮다.

무난하게 베이글 샌드위치와 커피를 먹었다.


BACH 카페의 특징은 책이 많다는 점인데, 책 컬렉션이 무게감이 있다. 가벼운 책은 별로 없고 내용이 중량감 있는 책들이다. 그 책들 중에서 바로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공주에 사는 김혜식이라는 사진작가의 책 '골목의 기억'이다. 당연히 직접 찍은 사진들과 직접 쓴 글들로 이루어져 있다. 글 한 편마다 하나의 집이나 사람이 소개되는데, 소개되는 사람은 김혜식 작가가 만나본 사람들이다. 공주 골목에 대한 다큐라고 할만한 책이다.



감영길과 제민천의 가장 큰 셀링포인트는 골목이다. 골목이라는 테마는 삼청동이 이미 잘 상업화했고, 이후에 감천마을, 동피랑 마을 같은 데서 달동네 재생사업으로 잘 활용하고 있긴 한데, 공주 원도심의 골목길은 다른 매력이 있다.

이 골목길의 가치를 발견하고 재생프로젝트를 실행한 사람들의 이름이 아래 사진에 나온다. 석미경씨는 남편 박인규씨와 함께 루치아의 뜰을 만들었다.


루치아의 뜰과 그 주변의 골목은 골목길 재생의 다른 표본을 보여준다. 삼청동과 다르다. 길지 않지만 평온하고 한적한 이 골목을 어디서 찾아볼 수 있을까? 흔한듯 하면서도 유니크하다. 옛날을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흔한 곳이지만, 막상 골목길 보러 가자고 하면 어디 갈만한 데가 별로 없는 게 2017년의 현실이다. 얼마 전에 대전 동구쪽에 나갔는데, 대전역 지하도로를 지나서 SK주유소로 가면 앞쪽에 보이는 옛날 집 동네를 다 밀어서 다른 곳으로 만들어 놓은 것을 보았다.


아이비를 심을 때는 철망으로.


정중동 게스트하우스는 운영을 안 하는 것인지 문이 닫혀 있었다. 일요일이라서 안하는 것인가? 게스트하우스라면 젊은이들을 상대로 숙박업을 하겠다는 것인데, 어떤 모양이 가능한지 궁금하다.


큰 기대를 안하고 간 곳이지만, 기대보다 더 나은 곳이라 즐거웠다. 오후를 나른하면서도 편안하게 보내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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