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October 12, 2017

왜 스페인은 실패하고 미국은 성공했는가

홍춘욱 이코노미스트의 블로그에 올라온 책 소개.  시계와 문명 - 스위스는 어떻게 시계산업의 중심지가 되었나? 

시계산업의 예를 들어서 왜 스페인은 100년만에 패권을 잃어버리고 2류국가가 되었고, 미국은 강대국이 되었나? 라는 질문인데, 좀더 역사적으로 적절한 질문은 어떻게 스페인이 짧은 기간의 패권을 네덜란드에 넘겨주었고, 다시 영국이 네덜란드를 넘어섰으며, 이후 미국이 세계의 패권을 100년 넘게 쥐고 있는가이겠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스페인이 네덜란드에 대항해시대의 중심지로서의 헤게모니를 내준 이유를 설명했다. 신뢰할 수 없는 제도와 낮은 신용도가 스페인 제국의 명을 재촉했다. 그와 반대로 네덜란드는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했고, 반드시 빚을 갚았다. 왕좌의 게임에서 라니스터 가문이 갖고 있는 신조(Lannisters pay their debts)는 금전적인 면에서 라니스터 가문이 강철은행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그 반면 나라의 제도는 왕의 기분에 따라서 들쭉날쭉 했기 때문에 반드시 네덜란드를 모델로 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겠지만.

한국이 세계의 중심국가까지는 아니더라도 한때 내세웠던 동북아 허브국가로 갈 수 없었던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오랜 기간 공고해져온 폐쇄적인 제도와 외국인에게 차별적인 대우를 해도 되거나 혹은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국민 정서다. (많은 사람들은 영어 공용화 실패가 그 원인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그건 원인의 작은 조각일  뿐)

우리나라의 제도 중에는 외국기업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규제들이 매우 많다. 그리고 그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희한한 일이다. WTO 가입 이후에 통상법이 적용되는 분야에서는 내국민대우가 중요한 의무가 되어 외국기업들에게 차별적 대우를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이건 이론적인 얘기이고, 실제로 외국기업을 차별하는 법이 만들어져도 WTO 분쟁해결제도를 통해 차별법이 철폐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은 외국기업이 다른 나라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해서 정착하는 데에 충분하다. 그리고 외국기업들은 한국의 차별법을 없애는 데 시간과 돈을 투자하느니보다 다른 나라로 발길을 돌리게 된다.

많은 국민들은 그런 차별법이 한국 경제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차별법을 만드는 입법자들과 국민들은 별개의 존재가 아니다. 모두들 그런 정서를 공유한다.

작년에 발의된 이찬열 의원의 소위 '바이코리아액트', 역시 작년에 서형수 의원이 발의한 '사회적경제기업 판로지원에 관한 법', 또 목재 조달시 국산화율을 지정하도록 하는 법 등등 찾아보면 한둘이 아니다. 이런 법들이 WTO나 FTA 같은 통상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것은 문제의 일부분일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법들이 늘어날수록 한국의 제도는 망해가던 스페인 제국과 닮아간다는 것이고, 한 번도 제국의 위치에 올라보지 못한 한국이 스페인이 망해가던 시절의 경로를 밟아가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게 진짜 문제의 핵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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