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June 23, 2014

국대 감독으로서의 황선홍

나는 현역 시절의 황선홍의 플레이를 좋아했다. 그의 플레이는 진정 창의적이었다. 창의력으로 따지자면 차범근도 넘어서는 정도이다. 언젠가의 인터뷰에서 황선홍은 마인드 게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머리 속에서 플레이를 상상하면서 연습 하는 것이다. 똑같은 동작을 수백번 반복하도록 강요하는 20년 전의 한국 축구 문화에서 황선홍은 혼자 창의적 플레이를 만들어나갔던 것이다.

머리 속에서의 시뮬레이션만으로 창의적인 플레이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좋은 신체 조건에 유연성과 체력, 스피드가 뒷받침되었음은 물론이다. 월드컵 경기에서의 몇 번의 실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를 욕했지만 나는 그에 대한 지지를 거두지는 않았다. 그를 욕하는 사람들에게 황선홍을 변호하지도 않았지만.

2014년 월드컵 출전국을 가리는 지역예선 기간 동안 국대 경기를 거의 안 챙겨봤다. 홍명보가 감독이 됐다는 소식도 신문으로만 알게됐다. 그저 잘하겠거니라고 생각했다. 근데 이 인물이 축구계 학연, 지연에 깊게 얽혀있을 줄이야.

그것도 그렇지만, 홍명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왜 황선홍이 아니지?"였다. 축구선수 중에 머리를 쓰는 사람을 꼽으라면 황선홍이 홍명보보다 위쪽 리스트에 오를텐데. 거기다가 감독으로서 국내 리그에서 보여준 역량도 황선홍이 더 낫다. 게다가 황선홍은 축구계 학연의 변방 건국대 출신이다.

축구계의 학연 사슬을 끊기 위해서는 비주류 출신 감독을 뽑아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 고대 출신이 감독이 되었고, 그래서 다음 감독은 연대 출신이 되든가 해야 하는 그게 더러운 현실이긴 한데. 그걸 끊으려면 국대 감독은 비주류 출신으로 뽑는 관습을 세우든가 해야 하지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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