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말에 여름휴가를 갔다왔다. 원래는 코펜하겐과 오슬로를 가는 계획을 짰는데, 약간의 글리치가 있어서 코펜하겐과 말뫼를 갔다왔다. 이 글리치에 대해서는 굳이 쓸 건 아니고, 가족들의 기억에 두면 될 것이다.
코펜하겐에 가면 사람들이 사고 싶어하는 물건 중 하나가 로얄 코펜하겐 도자기다. 여행 계획을 짤 때도 로얄 코펜하겐은 사오기로 했었다. 코펜하겐 중심가로 가면 로얄 코펜하겐 플래그쉽 스토어가 있다. 조금 외곽으로 빠지면 로얄 코펜하겐 아웃렛도 있는데, 여기는 아주 약간 싼 대신 2등급 제품(second assortment)을 판다. 1등급 제품을 사고 싶다면 아웃렛에 가면 안 되고 플래그십 스토어에 가야 한다.
우리는 접시랑 머그컵을 샀다. 휴가에서 돌아와서 로얄 코펜하겐 접시에 담아본 첫 음식이 짜장면이다. (이제는 '자장면'이라고 안 써도 된다.) 동네에서 제일 맛있게 하는 진차이에서 만들어 배달 온 짜장면을 로얄 코펜하겐 접시에 담았다.
청아하다는 묘사가 정말 잘 어울리는 청자에 짜장면을 담으니 정말로 먹음직스럽다.
이런 정도의 단아한 백색 바탕에 짱한 파란색이 대비가 되는 청자는 중국의 경덕진에서도 찾기 힘들다. 왜냐하면 이런 백색은 고령토만으로 만들어지는 색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고령토를 써도 우유같은 하얀색은 나오지 않는다. 영국에서 발명한 본 차이나 방식으로 제조해야 이런 백색이 나온다. 경덕진은 아직도 본 차이나 방식이 아닌 정제된 고령토를 쓰는 방식으로 백자를 만드는 것으로 안다.
청색은 코발트를 포함한 유약을 쓰는 것인데, 그 색깔이 중국산과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역시 바탕이 되는 백자가 얼마나 순수한 빛을 내느냐에 따라 코발트 블루와의 대비가 두드러지게 될 것이다.
역사적으로는 청나라의 위대한 공예품인 청자가 본 차이나의 발명 이후 유럽으로 주도권이 넘어가고 이제는 품질과 디자인 모두에서 유럽 도자기가 세계를 주도한다. 그런 이유로 Made in Thailand인 로얄 코펜하겐을 중국과 한국 사람들이 코펜하겐에서 구입해서 자국으로 가져가서 쓴다.
혁신을 위한 노력이 중단될 경우 발생하는 결과다. 유사한 사례는 무수하게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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