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June 25, 2018

2018 러시아 월드컵 현재까지의 평가

어떤 종목이든 스포츠에서는 이변이 있어야 재미가 있다. 이건 NBA 플레이오프 얘기하면서 정의(justice)와 드라마(drama)의 긴장이 플레이오프 관전의 재미를 높여준다는 취지의 글에서 이미 얘기한 바 있다. 월드컵에서의 이변이란 브라질이나 독일이 본선 리그에서 탈락한다든지 하는 경우이다. 저번 월드컵의 최대 이변은 소위 미네이랑의 비극이라고 불리는 독일이 브라질을 7:1로 발라버린 사건이다. 이번 대회는 아직 본선 리그 중이기 때문에 그 정도의 이변이 나오지는 않고 있지만, 소규모의 이변은 나오고 있다. 

A조(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우루과이): 러시아가 많은 이들의 예상보다 강하다. 사우디를 5:0, 살라의 이집트를 3:1로 박살냈다. 우루과이와의 남은 경기와 관계없이 16강 진출 확정. 일종의 개최국 징크스인데,러시아는 이번에 8강까지는 갈 수 있을 걸로 예측해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러시아 상대로 초반 10분까지는 티키타카로 러시아의 압박을 뚫어보려 했는데, 러시아가 강력한 압박을 펼치자 전혀 공간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백패스만 하다가 5:0으로 졌다. 사우디는 미드필드 이상으로 공을 배달해보지 못했다. 
이집트는 살라가 있었으나, 살라만 있는 팀이었다. 1명의 슈퍼스타만으로는 좋은 게임을 만들수 없다는 진리를 다시 확인하는 사례. 
우루과이는 폼 떨어진 수아레스와 전성기에서 내려오고 있는 에디손 카바니가 끌어가고 있는 다소 힘겨워하는 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추첨 운이 좋아서 16강에 진출한 상태. 16강 전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을지는 회의적.

B조(모로코, 이란, 포르투갈, 스페인): 진정한 죽음의 조였는데, 아프리카 최강팀 모로코가 의외로 힘도 못 쓰고 탈락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잘 했지만, 16강 진출을 확정짓지 못한 상태이다. 이란은 포르투갈을 이겨야만 올라갈 수 있는데 매우 어려운 작업이 될 것이다. 스페인 역시 모로코를 이겨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은 일로 보인다. 무승부가 되면 골득실을 따져야 하는 상황. 죽음의 조에서 살아남은 팀은 4강 이상도 바라볼 수 있을 듯. 

C조(프랑스, 호주, 페루, 덴마크): 스쿼드의 강력함으로 따지자면 이번 대회 최강팀인 프랑스가 첫 경기 호주에게 고전했다. 하지만 페루에게 1:0 승리를 거두면서 16강 진출 확정. 조편성에서 프랑스가 이득을 본 대회이다. 미처 팀웍이 다듬어지기 전에 1패를 당했다면 16강 진출이 위태했을 뻔도 했다. 페루는 일찌감치 2패로 탈락 확정. 남미세가 유럽에 밀리는 추세를 보여주는 C조이다. 

D조(아르헨티나, 아이슬란드, 크로아티아, 나이지리아): 이 조도 죽음의 조라 부를만하다. 희생자는 이변의 주인공 아르헨티나. 축구는 국력이다라는 말이 예전에는 축구를 통해 국가주의를 고취하려는 프로파간다로 들렸는데, 요즘은 진지하게 맞는 말로 들린다. A매치에서 남미팀들이 유럽팀들한테 밀리는 추세가 최근에 두드러지고, 그게 장기적인 추세가 되어가고 있다.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국가 시스템의 불투명성, 부정부패, 학연/지연을 바탕으로 한 파벌싸움 같은 거시적인 문제들이 국가별 축구협회에 집약적으로 재현되면서 국가대표팀의 경쟁력이 낮아지고 있다. 유럽리그에서 펄펄 나는 선수들로 A매치 팀을 꾸려도 판판이 깨지는 게 현실. 

E조(브라질, 코스타리카, 세르비아, 스위스): 브라질에게는 행운의 조. 다른 팀들한테는 진흙탕 조이다. 브라질은 언제 탈락하게 될까가 관심사이다. 브라질은 여전히 강팀이지만, 예전의 황금시대에 비하면 모든 면에서 부족하다. 스쿼드의 강력함이 두드러지지 않고, 게임이 잘 안 풀릴 때의 멘탈 관리가 잘 안 된다. 두번째 경기(코스타리카)에서 마지막 3분 동안 2골을 넣은 것은 놀라웠고, 후반 43분에 TV 끄고 들어가서 잔 걸 후회하게 만들긴 했지만, 막판까지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주는 플레이가 프랑스나 베릭에를 상대로 해서도 펼쳐질까? 

F조(독일, 멕시코, 스웨덴, 대한민국): 가장 큰 이변은 독일이 멕시코한테 1:0으로 진 것. 예상을 뒤엎었다는 데에서 이변이긴 하지만, 경기 내용을 보면 멕시코가 강팀이라는 걸 알게 해주는 경기였다. 변형 티키타카를 통해 독일 수비의 빈틈을 찾아서 칼을 꽂고 요리조리 돌려대는 플레이가 인상적이었다. 멕시코가 반짝 강팀이 아니라는 건 대한민국과의 경기에서 입증되었다. 한국과의 경기에서 멕시코 선수들이 등 뒤에서 날아오는 패스를 트래핑하는 장면들을 보면 옛날 브라질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는 것 같았다. 멕시코는 8강 이상도 갈 수 있는 실력을 갖춘 팀이다. 

G조(벨기에, 파나마, 튀니지, 잉글랜드): 이 조는 경기를 제대로 못 봤는데 하이라이트만으로 보건대 이변이 없는 조다. 잉글랜드와 벨기에가 양민 학살하는 조. 파나마가 깔끔하게 2패 하면서 탈락하는 건 역시 남미(중미를 포함하는 범 남미라고 하자) 국가대표팀이 국가를 불문하고 쇠락하는 추세를 보여준다. 튀니지는 경기에서 불운이 다소 다르긴 했지만, 가장 큰 불운은 G조에 잉글랜드 벨기에와 엮이게 됐다는 점이다. 벨기에는 루카쿠, 아자르가 잘 해주고 있어서 8강 이상을 바랄 만 하다. 잉글랜드는 하이라이트도 안 봐서...

H조(콜롬비아, 일본, 폴란드, 세네갈): 레반도프스키가 이끄는 폴란드가 2패로 일찌감치 탈락한 것이 이변일까? 위에서 말했듯이, 1명의 슈퍼스타가 이근다고 해서 경기를 이겨낼 수는 없다. 현대축구는 더욱 그렇다. 콜롬비아가 일본한테 패한 경기는 일본이 잘하기도 했고 콜롬비아가 못하기도 했다. 역시나 남미 국대축구의 하락세를 보여주는 경기이기도 하다. 세네갈은 매우 인상적인 아프리카 스타일의 축구를 보여줬다. 16강 이상을 기대할만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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